오빠 저 자전거 좀 태워주세요!
깜깜한 시골 골목길에서 마주친 그 아이는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그녀를 처음 본건 1975년 내 나이 23살
모내기가 한창이던 어느 봄날
그녀의 큰집이자 내 친구의 집이었다.
단발머리에 하얀 블라우스와
하늘색계통의 짧은 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단아한 외모에 무척 귀엽고 예쁘고 명랑했다.
어느새 나는 그 아이를 뒤에 태우고
모내기가 한창인 인적이 없는 어두운 들길을 달리고 있었다.
처음 그 아이는 내 양옆 허리춤을 어설프게 잡았다.
하지만 비포장도로의 덜컹거림은 꽉 잡으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얼마 안가서 내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몇 살이니? 열여섯!
이름은? “명숙”이,
난 그 아이를 그날 낮에 처음 보았고
친구의 동생이라는 것 말고는
이름도 나이도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다만 농번기때 큰집에 다니러 왔고 며칠 후에는
전라남도 석곡 그녀의 집으로 돌아 갈 거라는 것 말고는…….
들길을 지나 신작로를 따라 읍내까지
우리는 그렇게 자전거 드라이브로 첫 만남이 이뤄졌고
그렇게 만남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