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해》☆☆☆(이동용)
해가 서산을 넘는다.
제 삶의 하루를 지우려
해가 서산을 넘는다.
제 삶속의 내 하루를 지우려
해가 서산을 넘는다.
내일이라는
또 다른 하루를 만들기 위해
저 산 너머로 숨어든다.
해가 서산을 넘는다.
오늘을 지우고
내일을 만들기 위해
제 삶이 그리고 내 삶이
줄어드는 줄도 모르고
해가 서산을 넘는다.
줄어드는 내 삶은 관심도 없이
속 타는 내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내 소중한 하루를 지우려
서산에 저렇게 걸려있다.
저 해가 지고 다시 뜨면 내 삶의 하루가 줄어든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의 하루가…
나이 들어갈수록 하루하루가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낀다.
모든 것은 나이가 있다.
나이가 있다는 것은 생명이 있다는 것이고
생명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따른다.
생물은 물론이고 무생물일지라도 그
죽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지구도 언젠가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고
저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태양도
저 거대한 우주마저도 언젠가는 종말을 맞을 것이다.
그때가 수천만 년 수억만 년
아니 수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오랜 먼 훗날이 될지라도 말이다.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면 저 무한한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
한 사람의 나이는 정말 하잘 것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의 하루는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이 줄어들수록
절실히 그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저 무한한 우주에 비하면 정말 하잘 것 없는 내 삶의 하루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