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함성!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부패와 부정이 없는 나라!
일한 만큼의 대가가 주어지는 나라!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나라!
힘없고 가난한 국민들도 최소한의 복지가 보장되는 나라!
그러한 나라를 만들기를 소원하는 많은 국민들이 모였다.
그 날의 함성은 비단 최고의 통치자 한 사람에게만 국한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정의롭지 못한 이 시대의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을 향한 외침이기도 한 것이다.
11월 26일 오전부터 첫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첫눈이 내리는 풍경은 말 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나뭇가지에 내려쌓이는 눈은 더욱더 그랬다.
이번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나도 꼭 한 번 같이 참석하겠다고 며칠 전부터 계획했었는데 내리는 눈을 보면서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오후 3시쯤 집을 나섰다. 광화문역이나 경복궁역 시청역은 집회장소와 가깝기는 하겠지만 복잡할 것 같아 종로3가역에서 내려 걷기로 했다. 집회 행사가 시작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도 광화문 쪽으로 향한 도로에는 많은 인파들로 붐비고 있었다. 광화문 광장 쪽이 가까워질수록 밀도는 점점 더해갔다.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인파에 묻혀 그저 흐름에 따라야 했다. 광장 중심 로에는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사람들로 꽉 차 있어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양쪽으로 확보된 통로는 그저 인파에 밀려 움직일 뿐이었다.
오후 6시 행사는 뮤지컬 공연으로 시작되었고 참가자들의 소신발언과 유명가수들의 공연도 이어졌고 간간이 퇴진과 해체를 요구하는 구호도 목청이 찢어져라 외쳐댔다.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때면 모두가 입을 모아 같이 불렀고 한데 어울려 물결을 이뤘다. 가수 안치환씨는 자기의 노래가 훼손되는 것은 원지 않지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부분을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로 바꿔 같이 불러달라고 했고 그렇게 불렀다. 집회 때 마다 등장하는 양희은씨의 노래 아침이슬도 양희은씨와 함께 불렀다.
집회가 절정을 이룰 때 나는 집회장을 빠져 나와 복잡하지 않을 때 집으로 오려고 했으나 좀처럼 인파를 뚫고 나올 수가 없었다. 한참을 고생하다가 어찌어찌해서 골목길로 해서 빠져나와 종각 쪽으로 나왔으나 역시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종로3가역 출입구는 뒤늦게 집회장을 찾는 인파로 들끓었고 나처럼 복잡함을 피해 조기 귀가하는 인파들로 북적였다.
집회는 드넓은 바다였다. 파도는 거대했지만 고요했고 그 함성은 우렁찼지만 평화로웠고 질서가 있었다.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부부들도 있었고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나온 부부도 있었으며 친구들끼리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직위의 고하가 없었고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그리고 온갖 퍼포먼스와 공연이 행해졌다. 100만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아무런 사고도 없었고 서로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모습들뿐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느끼고 배워야 한다. 저 소리를 똑똑히 들어야 한다. 권력에만 눈이 어두워 국민들의 안위는 뒷전인 부정한 정치인들과 재벌 총수들은……. 들리는가? 듣고 있는가? 저 우렁찬 함성을! 보고 있는 가 저 거대한 물결을…….알기나 한 것인가? 저들이 정녕 무엇을 원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