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나의 love story

그날 밤! (세 번째)

밤하늘7890 2019. 1. 12. 01:23

               그날 밤! (세 번째)

어쩌다 보니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잠시 빠져들었다.
이제 “순”이 이야기를 해야겠다.

정확한 년대는 모르지만 아마도 내가
스무 살 그러니까 1972년쯤으로 기억된다.
늦은 가을 그 날 낮 농촌지도소에서 개최하는
4H클럽 경진대회가 있었던 날 밤이다.
그날 밤에도 우리친구들은 “순자”네 집에
언제나처럼 모였다.
남자들은 내 나이 또래지만 여자아이들은
우리보다 두세 살 아래 후배들이였다.

 

우리는 밤마다 모여

긴 긴 겨울밤을 이불속에 발을 묻고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기도하고
편을 갈라 화투치기 내기를 해서,
라면, 두부, 과자, 등 밤참을 즐기며
게임도 하고 때로는 노래도 같이 부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늘 즐거웠다.
친구들과 같이 둘러앉아 따끈한 두부를
김치에 싸서 먹는 맛이란 어떠한 귀한
요리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라면은 또 어떠한가!
한 두 봉지가 아닌 20여 봉지를 끓이려면
커다란 가마솥이 필요하다.
부엌에 나가 가마솥에 한 솥 가득
끓여낸 라면을 먹어본 일이 있는가?
그렇게 끓여낸 라면을 함박에 퍼 담아
방 가운데 놓고 둘러앉아 나눠먹던 그 맛은
평생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간혹 가다가 서리도 해다 먹었다.
 
화투놀이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두 편으로 편을 갈라 1:1 리그전으로
치러지는데 그럴 때면 양편의 훈수가 대단하다.
눈치껏 상대방의 패를 훔쳐보고
자기편의 훈수를 두기도 하고
이놈을 먹어라 아니면 이놈을 내 놓아라
서로 자기방식대로 치라고
옆 사람들이 더 야단법석이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니 절로 빙그레
입가에 웃음이 감돈다.
 
시골은 도회지와 달리
서리 해다 먹을 작물들이 많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보리, 콩, 각종 과일 등
마음만 먹으면 철따라 즐길 수 있는
서리 감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서리는 먹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친구들끼리 즐길 거리였다.
그리고 이러한 서리는 한 동네가 아닌
그리고 가까운 이웃동네가 아닌 될 수 있으면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해 와야 들킬 염려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