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나의 love story

그날 밤! (아홉 번째)

밤하늘7890 2019. 1. 29. 15:56

               그날 밤! (아홉 번째)

우리는 그날 낮에 부산 관광을 마치고
밤에는 부산 친구들이 마련한 숙소에 들었다.
숙소는 남, 여 따로 구분해서 잡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는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우리는 한방에 모두 모여
옛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 놓기에 여념이 없었다.
밤을 새워도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은
조금도 줄지를 않는다.
 
한 친구가 말한다.
야! 우리 곶감 서리 한 번 더 가야지?
나와 “질순”이를 의식하고 한 말이다……ㅋ
그 모임에 울산에 살고 있던 “질순”이도
같이 했었는데 이를 의식한 “질순”이가
나를 돌아보며 우리 그때 아무 일도 없었지?
그지? 라며 나에게 동의를 구했다.
친구들에게 그렇다고 말한들 그랬을 것이라고
한 번 꽂혀버린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있을까?
 
다음 날 우리는 경주 관광길에 나섰는데
사람은 열한명인데 승용차는 2대가 준비되었다.
승용차의 정원은 5명이다.
정원대로라면 1명이 못 탄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를 빼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는 수 없이 1대의 승용차는
정원을 초과하여 6명이 타기로 하고
친구들을 2대에 나눠 태우고 나서 마지막으로
내가 어떻게 타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순”이가 무릎을 내주며
자기 무릎에 앉으라고 한다.
세월이 그를 이렇게 변화시켰는가?
수줍음 많던 18세 “순”이가 스스럼없이
나에게 그녀의 무릎을 내준다.
그렇다고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냉큼 그녀의 무릎에 앉을 수가 없어
잠시 뜸을 들이는데 빨리타라고 재촉한다.
 
단 둘이였다면 모를까 친구들이 가뜩이나
우리 둘 사이를 의심하고 있는 터라 그랬을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녀의 무릎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나를 안았고
나 또한 자연스럽게 그녀의 품에 안겼다.
그렇게 해서 경주 관광은 실로 오랜만에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의 무릎에 앉아
그녀의 포근한 품에 안겨갈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좁은 공간에서 그렇게 가는 것이 불편할 법도 한데
불편하기는커녕 그녀의 품에 안겨 마냥 행복했다.
 
불국사를 관광하고 석굴암을 관광하기 위해
불국사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석굴암으로 가는 도중에 그녀는
내 옆에 붙어 나란히 걸었고 그러던 그녀가
나에게 가만히 말했다.
주머니에 손 넣어도 돼?
그냥 물어보지 않고 넣으면 누가 뭐래나!
난 그녀의 손을 잡아 내 오리털 파카주머니에 넣고
그녀의 손을 꽉 잡고 꼭 붙어서 걸었다.
그녀도 나처럼 그 시절이 아쉽고 그리웠던 것일까?
그런 그녀에게서 예전에 못 느꼈던
가슴 찡한 정을 느꼈다.
 
이제는 우리의 나이가 어떠한 말을 한다 해도
이해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해탈의경지에 이르렀다.
다음에 친구들과 만나면
다시 그 시절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 하면서
친구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그녀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다.
왜 그때 한 번 주지 안 줬냐고……
아니면 단둘이 있을 때 가만히 한 번 물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