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수필(기타)

수락산 등정기

밤하늘7890 2005. 7. 25. 18:07

무료한 휴일 하루가 시작 되려한다.
딱히 갈 곳도 없다.
T.V를 보다가 문득 탁한 공기로 차있는 도심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계곡 맑은 물이 흐르고 푸른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오자.
주섬 주섬 산에 오를 채비를 한다.
뭐 준비랄 것도 없다.
그냥 옷 입고 나서면 되는것이다.

길동역에서 전철을 타고 군자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가면서 방향을 가름해 본다.
도봉산? 아니면 수락산?
오늘은 수락산으로 결정했다.
7호선 종점인 장암역에서 내려 계곡으로 들어섰다.
계곡입구는 사람들로 초 만원이다.
높은곳으로 오를수록 인파는 점점 줄어든다.
언제나 어느곳이나 같은 현상이다.

산을 오르다 경치가 좋고 쉬어 갈 수 있는 바위라도 만나면
앉아 쉬면서 쉬엄 쉬엄 산을 오른다.
어차피 바쁠것도 없는 산행이다.
가다가 힘들면 앉아 쉬면 되고 목마르면 옹달샘 찾아 두손모아 받아 마시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계곡을 오르다 보니 수락산 아래 능선에 올랐다.

주위를 살펴보니 정상과 반대 바향 조금 떨어진 곳에
조형물처럼 세워진 바위며 내 나이 보다 훨씬 더 들었을 소나무가 바위틈에 자리잡고
모진 세월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들과 혜여지기가 못내 아쉬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는데
뚝 뚝 뚝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쏴~ 하는 소리와 함께 소나기가 몰려온다.
순간 옆에 있던 바위가 소리친다.
비맞지 말고 빨리 이리 들어오라고 ,
바위 밑에서 소나기를 피하고 나와 바위에게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소나무들에게도 다음에 또 올것을 약속하고 정상으로 향했다.

해발 637M 정상에 오르니 몇 그릅의 등산객들이 있었고
아이스크림을 파는 장사꾼이 나를 유혹한다.
별수 없이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서 입을 달랬다.
앉아 쉴 만한 곳을 찾아 한참을 쉬고 있는데 하늘이 또 수상하다.
서쪽을 보니 또 소나기가 몰려 온다.
또 한 번 바위의 신세를 져야 할 것 같다.
수락산 정상의 바위는 참 우연하게도 비를 피하기 좋게 되어있다.
두개의 바위가 얼마간의 사이를 벌려놓고
그위에 커다란 바위를 올려 놓았으니 비 피하기는 딱이다.
사람들이 다 그리로 몰리다 보니 자연 서로 대화가 오가고
배낭에서 싸온 김밥이며 과일 등을 내놔 조촐한 파티 분위기를 연출했다.
소나기의 힘이였다.

비가 개이고 하산 할 사람들은 하산을 하고
나는 오래간 만에 오른 산을 쉽게 내려가기가 아쉬워 한껏 산을 만끽했다.
그러다 보니 해는 어느덧 기울어 오후 6시 30분 슬슬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 올 때는 다른 계곡을 택해 내려왔다.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어둠이 내린 계곡 윗쪽은 피서객들이 몰려가고 조용해 있었다.
조용한 계곡에 내려가 흐르는 맑은 물에 발담그고 손과 팔까지 담근채
숨을 힘껏 들이 마신다음 얼굴까지 담갔다 냈다를 반복한다.
시원하기 이를데 없다.
생각같아서는 훌훌 벗어버리고 들어 앉고 싶었으나 ...
행복이란 이런데서 만끽 한것이리라... 참 좋은 하루였다.   

2005년 7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