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원≫♧♧♧
(이 동 용)
이제는 살만큼 살잖아요!
바라던 대로 다 됐잖아요!
일 년 삼백육십오일 삼시 세 때
쌀밥에 고기반찬이 소원이었잖아요
이제는 그 소원 이뤘잖아요!
이제는 날마다 쌀밥에 고기반찬
배터지도록 먹을 수 있잖아요
이제는 살만큼 살잖아요!
바라던 대로 다 됐잖아요!
새 옷에 새 신발 새 양말이 소원이었잖아요
이제는 그 소원 이뤘잖아요!
이제는 떨어진 옷 기워 입지 않아도 되잖아요!
떨어진 양말 기워 신지 않아도 되잖아요!
떨어진 고무신 때워 신지 않아도 되잖아요!
이제는 멀쩡한 옷 유행 지났다고 버리잖아요!
이제는 살만큼 살잖아요!
바라던 대로 다 됐잖아요!
내방 하나 갖는 게 소원이었잖아요
이제는 그 소원 이뤘잖아요!
이제는 내방 가지고 살잖아요!
열 식구 칠 남매가
아홉 자 한방에서
한 이불 덮고 자지 않아도 되잖아요!
이제는 살만큼 살잖아요!
바라던 대로 다 됐잖아요!
그런데도 힘들다니 웬 말입니까?
그런데도 못살겠다니 웬 말입니까?
그런데도 그 시절이 그리운 건 또 웬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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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절이었다.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잠자리 걱정하고 살 때가,
라디오 하나 갖는 게 희망사항이었고
전화기와 텔레비전을 소유하고 살면 잘사는 집이었다.
자가용을 가지고 사는 집은 큰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 댁이나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아무리 못사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시절 최고로 잘사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산다.
감히 그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할 휴대용 전화기에 mP3. mP4.
디지털카메라에. 온갖 기능이 포함된 자동차.
집에 가만히 앉아서도 세상을 다 내다 볼 수 있는 컴퓨터 등
그 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꿈속의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삶의 질은 물질적으로는 엄청난 발전이 있었지만
과연 정신적으로 느끼는 삶의 질도 물질에 비례해서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