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시

그런것 없이도 잘 살았습니다./ 글(이 동 용)

밤하늘7890 2013. 1. 20. 15:02
"">

    

       

 


      그런것 없이도 잘  살았습니다. / (이 동 용)
      

없어도 잘 살았었습니다. 없어도 더 잘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시계 없이도 잘 살았었습니다. 해보고 달보고 시간 맞춰 살았습니다. 먼동 트면 새벽인줄 알았고 해 뜨면 아침인줄 알았고 해가 중천에 오면 한낮인줄 알았고 해지면 저녁인줄 알았습니다. 밤이면 별보고 달보고 시간 맞춰 살았습니다. 라디오 없이도 잘 살았습니다.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잘 살았습니다. 텔레비전 없이도 잘 살았습니다. 얼굴 마주보며 오순도순 잘 살았습니다. 노래반주기 없이도 잘 놀았습니다. 손뼉치고 노래하며 즐겁게 잘 놀았습니다. 자동차 없이도 잘 다녔습니다. 걸음걸음 쉬엄쉬엄 여유롭게 잘 다녔습니다. 전화기 없이도 컴퓨터 없이도 냉장고 없이도 그렇게 사는 것 인줄 알고 살았습니다. 그런 것 없이도 잘 살았었습니다.

      현대인들은 시간의 노예가 되어있다. 빨리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출근시간과 점심시간 퇴근시간이 정해져있다. 몇 시 까지 출근하고 몇 시 까지 근무하고 몇 시에 점심 먹고 몇 시에 퇴근하고
      여유로움과 정서가 없다. 예전에는 여유를 두고 살았었다.
      밥 먹을 때 되면 밥 먹고 일할 때 되면 일하고 쉴 때 되면 쉬고
      잠 잘 때 되면 잠자고 조금 일찍 일어나기도 조금 늦게 일어나기도
      조금 늦게 먹기도 조금 일찍 먹기도 조금 더 하기도 조금 덜 하기도 했었다.
      온갖 소음에 귀먹을 일도 온갖 공해에 병들 일도 모니터에 눈 나빠질 일도 자동차에 치여 죽을 일도 비행기타고가다 하늘에서 떨어져 죽을 일도 없었다. 바쁘게 산다고 두 몫 사는 것도 아니다. 빨리 가다 보면 못 보고 지나치는 게 더 많다. 빠르다고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많다고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빨라서 병이고 많아서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