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은 인정도 사정도 없다.
아무리 발버둥 쳐 봐도 놔 주지를 않는다.
무자비한 세월에 이끌려 찍소리 한 번 제대로 못한채 여기까지 왔다.
젊은 시절에는 못 느꼈던 세월에 대한 감정이
나이 들고 보니 간절함으로 다가온다.
우리들의 나이가 어느새 60 하고도 3을 더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
자영업이나 프리랜서가 아닌 다음에야
이제는 거의 모든 친구들이 정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나이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해도 변변한 일자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일자리마져 빼앗겨 버린채 어느새 삼시 세 때 밥이나 축내는
삼식이 신세로 전락해 버린 것 이다.
이러한 우리또래 나이의 남자들에게 붙여진 새로운 명칭들이 인터넷상에 떠돈다.
영식이, 일식이, 두식이, 삼식이, 가 바로 그것이다.
“영식이”는 하루 세끼 중, 한 끼도 집에서 안 먹는 남편을 일컫는 말이고
“일식이”는 하루에 한 끼만 먹는 남편을 일컫는 말이며
“두식이”는 하루에 두 끼만 먹는 남편을 일컫는 말이고
“삼식이”는 하루 중 삼시 세 때를 다 챙겨 먹는 남편을 일컫는 말이란다.
“영식이”는 그래도 대접을 해 주는가 보다.
“영식이”를 칭할 때는 “영식님”이라고 명칭 뒤에 “님” 자를 붙여 준단다.
돈은 못 벌어 올망정 아내를 생각해서 밥상 차리는 수고를 덜어 준데 대한 배려인 것인가 보다.
“일식이”만 해도 좀 났다. 세끼 중 그래도 한 끼만 챙겨 줘도 되니 그나마 “씨”자를 붙여 “일식씨” 라고 불러 준단다. “두식이”는 원래 “이식이”라고 불렀던 것을 한 끼나마 덜 챙기게 해 준데 대한 배려로 “두식이”라고 불러 준단다. 반면 세끼 다 챙겨야 하는 “삼식이”는 그냥 “삼식이”다.
웃어보자고 한 말들이지만 그냥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어쩌다가 우리의 남편들이 이처럼 아내의 눈치를 보며 살게 되었는가?
아내들이여! 힘들게 살아온 불쌍한 남편들에게 이래도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내도 없는 내가, 가정도 가져보지 못한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러기에, 가정의 소중함을 더 잘 알기에, 우리 친구들만은
부부가 서로 돕고 의지하며 마지막 여정을 행복으로 마무리 했으면 하는
친구의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아내들이여! 여태까지 힘들게 가정을 이끌고 오느라 힘이 다 빠져버린 힘없는 우리 남편들을
이제는 힘센 아내들이 안고가든 업고 가든 이고가든 끝까지 함께 하시길 부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