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들어 첫번째 맞은 휴일인 지난 일요일
느즈막이 잠에서 깨어나서 보니 날씨는 쾌청했다.
전날밤 9시 뉴우스가 끝나고 예보한
일기예보에서는 분명 비가 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그냥 T.V 나 보면서 하루를 보낼까 했었는데
날씨가 이처럼 좋으니 그냥 별 의미없이 하루를 보낼 수는 없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침겸 점심을 챙겨 먹고
집을 나와 큰길가 천호대로 버스정류소에서 하남 검단산입구행 버스에 올랐다.
검단산을 오르는 코스는 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 현충탑쪽과
유길준선생 묘 쪽이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코스이고
그 밖에도 팔당댐과 팔당대교쪽 그리고 산곡초등학교쪽등 오르는 길은 많다.
오늘은 평소 많이 다니던 코스를 벗어나 산곡초등학교 입구에서 오르기로하고
산곡초등학교 입구에서 버스를 내렸다. 종점을 한정거장 앞둔 터라
버스는 마지막 손님인 나를 내려주고 빈차로 종점을 향해 떠났다.
간간이 길손들을 장황한 메뉴로 유혹하는 음식점들을 지나
산곡초등학교를 지나 산길로 접어드니
제일 먼저 산을 수놓은 진달래 무리들이 날 반긴다.
길가를 따라 노오란 민들레도 다소곳이 고개숙여 인사를 한다.
아직 나뭇잎을 피우지 않은채 노오란 꽃을 먼저 피운 산수유 닮은 이름모를 꽃들도
덩달아 인사를 한다. 뭐 반갑다나 어쩌다나....ㅋㅋㅋ
산을 오르다 보니 벌써 부지런한 산꾼들이 하산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군데 군데 길가 자리가 될만한 자리에 모여 앉아 가족끼리 또는 동호회
또는 친구들끼리 싸온 음식과 한잔 술로 만찬을 즐기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요즘은 가족끼리 특히 어린 아이들을 대동하고 등산하는 등산객들이 많다.
오늘도 예외없이 그들과 여러번 마주쳤는데 대개 아이들은 힘들어하고
엄마 아빠에게 의지 하려 들기 마련이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난 어김없이 그 아이들에게 격려 해준다.
아이구 어린 애기가 대단하네 어른들도 힘든 산을 어쩜 그렇게 씩씩하게 잘 오르니?
돈 내고 칭찬 하라면 좀 생각을 해 보겠지만 뭐 돈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아이와 어른들에게
힘이 되라고 아이를 잔뜩 칭찬핸 준다. 칭찬에 아이는 힘을 얻어 대개는 씩씩하게 잘 오른다.
아이의 엄마 아빠도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산 중턱에 다다르니 어느 노인이 정성들여 쌓은 장수탑이라고 이름지은 돌탑이 눈에 든다.
그위옆에는 장수샘이라는 샘물이 있는데 한방울씩 뚝뚝 떨어지는 샘물을 받으며
돌탑을 바라보고 쌓은이의 마음을 그려 본다.저 탑을 쌓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참을 기다려 받아 마신 장수샘물을 마시며 장수를 기원해 본다.
조금 오르니 또 하나의 돌탑이 나를 반긴다. 그 돌탑 이름은 통일기원탑이었다.
조금전 장수를 기원하며 돌탑을 쌓았던 80대고령의 그 노인이 우리 나라의 통일을 기원하며
쌓은 비슷한 규모의 돌탑이었다.
해발 657m 검단산 정상에 오르니 많은 등산객들이 정상에서의 환희를 맛보고 있었다.
산에 올라 만나는 이들은 모두가 친구다.
옆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친구 아닌 친구로 변해 있음을 느낀다.
얼마 안있어 헤어져 또 남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손바닥에 땅콩을 올려놓고 산새들을 유혹하는 사람들과아이들
2000원짜리 막걸로 갈증을 해소하는 사람들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으로 땀을 식히는 아이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담배를 피워 여러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
산 정상에는 또 하나의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1시간여를 정상에서 보내는 동안 해는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었다.
이제는 하산해야 할 시간 대개는 오르는 방향에 따라 내려가는 방향이 정해진다.
나는 산을 오를때 대개 계곡을 타고 올라 날등쪽을 타고 내려오면서
산 아래 멀리 바라다 보이는 풍경들을 즐긴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팔당대교쪽으로 날등을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다 보면 조금 솟아 있는 전망바위가 있고
그 위에 올라 저 멀리 산아래 펼쳐진 그림같은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강을 이루고
한강과 잘 어우러진 하남시 그리고 저 멀리 서울
건너편 예봉산.그리고 첩첩이 벼풍처럼 에워쌓인 많은 산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때문에 그렇다.
내려오는 중간 중간에 솟아 있는 봉우리의 바위에 올라 즐기는 기분은 위치에 따라 그 즐거움이 다르다
그렇게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산아래 쪽에 도착해
온통 분홍옷 갈아입고 환송나온 진달래꽃아가씨들의 환송을 받으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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