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나의 love story

그 아이! (두번째 이야기)

밤하늘7890 2016. 2. 6. 19:21
명숙아! 내일 밤에도 우리 만날까? 그날 밤 읍내에 갔다가 마을로 돌아와 헤어지며 명숙이 한테 내가 한 말이다. “명숙”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저녁밥상을 물리기가 바쁘게 난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로 나갔다. 아직 명숙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느티나무가 커보였다. 저 크고 넓은 밤하늘을 다 채우고도 남는다. 느티나무 가지 사이로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와! 별들이 참으로 많기도 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무척 아름답다. 그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느티나무는 어쩌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우리들의 만남을 위해 이 자리를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풀숲에서는 이름 모를 온갖 풀벌레들이 왁자지껄 떠들어댄다. 아니, 우리들의 만남을 축하해 주는 합주곡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저만큼 멀리에서 누군가가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나왔구나! 낮에는 어떻게 지냈어? 큰집 집안일도 좀 도우며 그렇게, 친구들도 만나고……. 나는 느티나무아래 바위에 비스듬히 기대선 채였고 “명숙”이는 나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내 앞에 그렇게 서서 둘만의 대화는 이어졌다. 어느 지성인들처럼 철학을 이야기 한다거나 문학을 이야기 한다거나 그런 이야기가 아닌 그저 살면서 있었던 일 집안 이야기도 하고 친구들 이야기도 하고 오늘 있었던 이야기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노래를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명숙”이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고 뭐라고 형언할 수 없이 그냥 좋았다. 우리 좀 걸을까? 마을에서 읍내로 이어지는 신작로 길을 "명숙"이와 함께 나란히 걸었다. 길옆 무논에서 목청껏 울어대던 개구리들이 잠시 울음을 멈추고 우리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경계를 풀고 다시 제 할 일을 한다. 개구리가 밤새 할 일은 개굴개굴 목청껏 울어대는 것이고 우리가 밤새워 해야 할 일은? 멋진 데이트다……ㅎ 그렇게 초여름으로 들어서는 1975년 5월의 밤은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