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몇일 후면 우리의 고유명절인 설이다.
나이 들어 인생의 내리막을 달리는 이 나이에
설이 기다려 지는 까닭은
어릴때 너무나도 즐거웠던
그리고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못 잊고 그리워 하는 까닭일 것이다.
새옷에 새양말 그리고 새신발!
맛있는 음식!
친구들과 떼지어 마을 어른들께 세배 다니는 것은
어른들을 공경 해서라기 보다는
세배 받은 답례로 내놓는 과자며 떡이며 과일 등
맛있는 음식을 탐해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잘하면 세배돈도 더러 받기도 하고...
그러다가 배가 부르면 제기차기, 자치기, 연날리기,널뛰기,
(널뛰기 놀이는 여자들 놀이 이지만 같이 끼어서 즐기기도 했었다)
등 친구들과 편을 짜서 놀다가 배가 출출 해지면
야 우리 세배가자!
누군가의 말이 떨어지면
아직 세배 가지 않은 노인이 계시는 집으로 몰려가 배를 채우고 또 놀고...
밤이면 그 캄캄한 골목길을 떼지어 퉁탕거리며
이성을 노리는 동물들의 본성에 충실했던...
아! 수 십년이 지난 지금 이나이에
설이 기다려지고 가슴이 설레이는 까닭은 왜 일까?
엄마 이제 몇밤만 더 자면 돼?
응 이제 열밤만 더 자면 된다.
엄마 이제 한밤 잤으니까 몇밤 남았어?
응 이제 아홉밤 남았다.
셈도 잘 못하던 어린 시절 설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나의 어머니와 나누던 대화다
이제 이 밤이 새고나면
다섯밤 남았다!
그렇게도 우리들을 애타게 했던 설이...
설 차례를 지내고
저희 엄마 아빠 손잡고 우루루 몰려올 조카들을 위해
파랗고 빳빳한 세배돈을 준비 해 둬야겠다...
이제 이밤이 새고 나면 다섯밤 남았다....